
디자인은 끝났나? 그래도 디자인은 계속된다
Figma가 뉴욕에서 ‘디자인의 장례식’을 열며 AI 시대 디자인의 불안을 광고 캠페인으로 끌어냄Claude Design 출시 뒤 Figma의 시가총액은 일시적으로 7% 줄었고, 매출은 전년 대비 48% 늘었지만 주가는 최고점에서 약 80% 낮아짐DALL-E에서 Midjourney와 Adobe Firefly로 이어진 생성형 AI의 발전은 디자이너의 일자리뿐 아니라 디자인 자체의 종말을 말하게 함디자인은 기술 변화 때마다 역할을 다시 발명해왔고, 이번에도 정말 다른지 묻는 중임
원문 보기 — Fast Company — Jarrett Fuller ↗디자인이 죽었다는 말은 새롭지 않다. 이번에는 Figma가 직접 장례식을 열었다. 초여름, Figma는 뉴욕 리빙턴 스트리트의 팝업 공간에 장례식용 꽃을 장식하고 “Design Is Dead”라고 적힌 검은 모자를 나눠줬다. X에는 “조문하러 오라”고 썼고, 인스타그램에는 “올해만 X에 따르면 약 847번 살해된 디자인을 애도한다”고 올렸다.

Figma의 ‘Design Is Dead’ 팝업 현장. 사진: Figma 공식 X 게시물.
장난처럼 보이지만, 이런 불안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나는 거의 20년 동안 디자이너, 글쓴이, 대학 교수로 디자인 업계에서 일했다. 그동안 디자인의 죽음은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한 친구가 물었다. 누구나 포토샵을 복사해서 쓸 수 있는데,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해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이었다. 2010년대 초에는 Squarespace와 Wix가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누구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했고, 로고 제작 서비스가 브랜딩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에는 에어컨을 설치하러 온 사람이 내가 디자이너라고 하자마자 “AI는 어떻게 상대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보다 앞서 데스크톱 컴퓨터와 인쇄 기술을 불안하게 바라본 디자이너들도 있었다. 1958년 첫 Type Directors Club 컨퍼런스에서 영국 디자이너 Herbert Spencer는 인쇄와 재현 기술의 변화를 계속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문장은 유효하다. 기술은 달라졌지만, 디자인이 기술 변화와 함께 역할을 다시 정의해온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AI는 디자인을 없애는가, 흐리게 만드는가
데스크톱 출판에서 Claude Design에 이르는 지난 30년은 디자인 도구를 점점 더 많은 사람의 손에 쥐여준 과정이었다. 도구가 빠르고 저렴하고 쉬워지면서, 결과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숙련의 문턱도 낮아졌다. Claude Design과 Figma Make, Midjourney를 이용하면 몇 가지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일러스트, 로고, 인터페이스, 슬라이드, 포스터를 만들 수 있다.
기업 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제품 관리자는 한쪽에서, 엔지니어는 다른 쪽에서 디자인 작업을 더 많이 직접 처리한다. 그 사이에 있는 디자이너는 양쪽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AI가 마지막 못을 박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디자이너의 수는 역사상 가장 많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그래픽디자인 또는 웹·디지털 인터페이스 디자인 분야에서 일한 디자이너는 약 50만 명에 이른다. 2004년 그래픽디자이너가 20만 명을 조금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2018년 이전에는 인터페이스 디자이너가 별도 분류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이 숫자는 적어도 AI 도구의 확산이 곧 디자이너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반대 증거가 된다.
Figma의 2026 AI 보고서도 새로운 도구가 늘어나는 동안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제품 관리자와 엔지니어가 디자인을 더 많이 하게 된 동시에, 디자이너도 제품 관리와 개발을 더 많이 맡는다. AI가 죽이는 것은 디자인이라기보다 역할 사이의 경계에 가깝다.
Figma의 사업 지표는 이 긴장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SEC 공시에 따르면 연간 매출은 2023년 5억 490만 달러에서 2024년 7억 4,901만 달러, 2025년 10억 5,579만 달러로 늘었다. 반면 FIG 주가는 2025년 IPO 직후 기록한 고점 122달러에서 2026년 8월 6일 종가 23.97달러까지 내려왔다. 매출이 성장하는 동안 시장의 기대는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다만 매출과 주가는 서로 다른 시간축과 의미를 가진 지표이므로, 이것만으로 디자인 도구 사업이나 디자이너의 미래를 판단할 수는 없다. 참고로 기사에서 언급한 48%라는 매출 성장률은 SEC의 연간 매출 비교에서 계산되는 41%와 기준 기간이 다르다. 여기서는 비교 가능한 회계연도 기준으로 차트를 그렸다.

Figma 연간 매출. SEC Company Facts의 2023~2025년 10-K 공시를 바탕으로 재구성함. 출처: SEC, Figma, Inc. (CIK 0001579878).

IPO 이후 FIG 일별 종가. 2025년 7월 31일부터 2026년 8월 6일까지의 Yahoo Finance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구성함. 출처: Yahoo Finance.

꽃 장식과 방문객으로 채워진 팝업 공간. 사진: Figma 공식 X 게시물.
역할이 흐려진 뒤의 디자인
AI 도구의 역설은 제작을 디자이너에게 더 가까이 가져오면서도, 제작과 제품 전략의 관계는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Amazon Web Services의 디자인 부사장 Hector Ouilhet은 자신의 팀에 있는 모든 디자이너가 빌더라고 말한다. 팀은 Figma만이 아니라 코드에서도 디자인한다.
Anthropic의 디자인 책임자 Joel Lewenstein도 디자이너, 개발자, 제품 관리자가 Claude Chat·Code·Design을 섞어 같은 도구 안에서 일한다고 설명한다. 제품 관리자가 Claude Design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디자이너와 논의하고, 디자이너가 코드를 밀어 기능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엔지니어에게 넘기는 식이다.
Figma의 조사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의 56%가 프로토타입, 시각 탐색, 브랜드 탐색 같은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동시에 디자이너는 전보다 더 바빠졌다. 디자인 프로세스는 아이디어, 전략, 개발, 프런트엔드로 이어지는 직선이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가 계속 협상하는 피드백 순환에 가까워졌다.
디자인이라는 단어도 함께 흐려졌다. 디지털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모션 디자이너, UX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브랜드 전략가가 한 우산 아래 들어오면서 직무는 통합되는 동시에 더 잘게 나뉘었다. 디자인이 살아남은 이유는 하나의 고정된 역할이어서가 아니라, 역할을 바꿀 수 있는 느슨한 구조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디자인은 감정을 설계하는 일
AI 시대에 취향, 만드는 일(craft), 아름다움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말들은 기업의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숫자로 쉽게 환산되지는 않는다. 디자인의 가치는 언제나 데이터와 정확히 맞물리지 않는다. 좋은 디자인은 지표만이 아니라 감정, 경험, 새로움, 분위기까지 포함한다.
Figma의 Andrew Hogan은 좋은 디자인을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잘 작동한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뭔가 맞는다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Anthropic의 Lewenstein은 AI가 만든 결과물이 모두 비슷해지는 순간, 디자이너가 더 많은 새로움과 생각을 다시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AWS의 Ouilhet은 앞으로의 시대를 인간(human)과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을 합친 ‘휴모피즘(humorphism)’으로 부른다. 기술이 사람에게 기술에 맞추라고 요구하는 대신, 사람의 방식에 맞게 적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계에게 규모(scale)는 더 많은 것을 더 크게 만드는 일이지만, 사람에게 규모는 비례(proportion)를 맞추는 일이다.
조금 낮은 의자에 앉거나 어깨가 작은 재킷을 입었을 때의 불편함을 생각하면 된다. 기능은 작동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다. 디자인은 명사이면서 동사이고, 결과물이면서 과정이다. AI가 결과물을 싸게 만들수록 디자이너의 역할은 전략, 시스템, 방향을 정하는 쪽으로 이동한다.
결국 AI는 디자인과 결과물의 차이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결과물을 만드는 비용이 내려가면 디자이너는 강한 관점을 표현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아야 한다. 화면을 만드는 일과 작동 방식을 정하는 일을 넘어,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살아가는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crit의 관점
이 글의 핵심은 “AI가 디자인을 끝내지 않는다”는 낙관론이 아니다. 디자인이 결과물 제작에만 묶여 있을 때는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할·전략·비례·감정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경계가 더 넓어진다는 주장이다. 다만 Figma의 48% 매출 성장과 최고점 대비 80% 주가 하락은 도구 회사의 시장 불안과 디자이너의 직업적 불안을 같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남긴다. 디자인이 계속된다면, 이제 확인해야 할 것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무엇을 책임지는 일로 바뀌었는가이다.
- 크레딧
- 대표 이미지 — Fast Company / Illustration: FC
- 출처 — Jarrett Fuller, Fast Company
- 현장 사진 — Figma 공식 X 게시물
- 재구성 차트 — SEC Company Facts / Yahoo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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