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카콜라 리브랜드가 보여주는 것: 강한 브랜드는 더 많이 바꾸지 않는다
JKR의 코카콜라 아이덴티티 리프레시는 대담한 새로움보다 오래 쌓인 자산을 더 정확히 쓰는 쪽에 가깝습니다. 리본, 스크립트 로고, 레드와 화이트 같은 익숙한 요소를 다시 정리하며, 큰 브랜드에서 디자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원문 보기 — BP&O ↗코카콜라처럼 이미 강한 브랜드를 다시 디자인할 때,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롭게 보이게 만들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망치지 않으면서, 그 자산이 오늘의 매체와 시장에서 더 잘 작동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BP&O가 소개한 JKR의 코카콜라 아이덴티티 리프레시는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이 작업은 한눈에 봐도 “대대적인 리브랜드”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빨강과 흰색, 스펜서리언 스크립트 로고, 병 실루엣, 리본 같은 코카콜라의 익숙한 자산을 거의 그대로 둡니다. 대신 무엇을 중심 장치로 삼을지, 각 접점에서 어떤 요소가 더 잘 버틸지, 200개가 넘는 시장에서 어떻게 일관성과 지역성을 동시에 만들지를 다시 정리합니다.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래 있던 것을 앞으로 세웠다
원문이 짚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Dynamic Ribbon’입니다. 코카콜라의 흰색 리본은 새로 만든 요소가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브랜드 안에 있었지만, 이번 리프레시에서는 보조 장식이 아니라 시스템을 이어주는 핵심 장치에 가까워졌습니다.
이 선택이 영리한 이유는 작동 범위 때문입니다. 작은 앱 아이콘에는 전체 워드마크를 넣기 어렵습니다. 병 실루엣만 쓰기에는 맥락이 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빨간 바탕 위의 흰 리본은 아주 작은 접점에서도 코카콜라를 떠올리게 합니다. 패키지, 옥외광고, 컵, 매장 사인, 앱 아이콘까지 이어갈 수 있는 ‘작은 단서’가 됩니다.
강한 브랜드는 로고 하나로만 기억되지 않습니다. 색, 형태, 움직임, 소재, 촬영 방식, 문장 톤, 매체에서의 배치가 함께 기억됩니다. JKR의 작업은 그중 무엇이 코카콜라를 코카콜라답게 만드는지를 다시 고른 작업에 가깝습니다.
200개 시장에서 같은 브랜드로 보이게 하는 문법
코카콜라는 전 세계 200개 이상 시장에서 움직이는 브랜드입니다. 이 정도 규모에서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너무 강하게 통제하면 지역 맥락이 죽고, 너무 느슨하게 두면 브랜드가 흩어집니다.
이번 리프레시는 고정할 것과 열어둘 것을 나눕니다. 스크립트 로고, 레드, 리본 같은 핵심 표식은 강하게 유지합니다. 반면 사진, 문화적 장면, 지역 캠페인에서는 더 많은 변주를 허용합니다. BP&O가 말하듯, 이 작업은 완전히 새로운 장치를 추가하기보다 “공유된 문법과 지역적 억양”을 동시에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 지점은 국내 브랜드 팀에도 꽤 현실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브랜드 시스템을 만들 때 ‘정답 이미지’를 모으고 있는가, 아니면 여러 조직과 대행사와 지역 팀이 사용할 수 있는 문법을 만들고 있는가. 큰 브랜드일수록 디자인 시스템은 멋진 예시보다 운영 가능한 규칙에 가까워져야 합니다.
‘거의 안 바꾼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
이번 작업을 쉽게 보면 “별로 바뀐 게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숙한 브랜드의 리프레시에서 그 평가는 꼭 나쁜 말이 아닙니다. 코카콜라 같은 브랜드를 갑자기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 어려운 일은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기억을 해치지 않으면서, 오늘의 접점에서 더 선명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Zero Sugar 패키지에서 검은 리본과 더 커진 서체를 쓰는 선택도 같은 맥락입니다. 색 하나로만 제품군을 구분하던 방식에서, 리본과 타이포그래피가 함께 차이를 만듭니다. 전체 브랜드는 유지하되 제품별 탐색성은 높이는 방식입니다.

crit의 관점에서 이 사례의 좋은 점은 ‘새로움의 과시’를 참았다는 데 있습니다. 리브랜드는 종종 이전 시대를 지우고 새 시대를 선언하는 제스처가 됩니다. 하지만 코카콜라처럼 이미 문화적 자산이 된 브랜드에서는 디자이너의 역량이 흔적을 크게 남기는 데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알아보는 신호를 더 오래, 더 넓게, 더 정확히 작동시키는 데서 드러납니다.
아쉬운 점을 굳이 찾자면, 이 작업은 너무 강한 브랜드만 가능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모든 브랜드가 “거의 바꾸지 않는 리브랜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사람들이 기억하는 자산이 약한 브랜드라면 정리보다 발명이 먼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 브랜드에는 정말 남길 만한 자산이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로고인가, 색인가, 톤인가, 제품 경험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이미 반복해서 떠올리는 어떤 장면인가.
- 크레딧
- 이미지 — BP&O / Coca-Cola identity refresh by J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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