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는 왜 로고를 거의 바꾸지 않았을까
JKR의 코카콜라 리프레시는 새 로고를 만드는 대신, 빨강·흰색·스크립트 로고·리본처럼 이미 강한 자산의 쓰임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200개가 넘는 시장에서 같은 브랜드로 읽히면서도 지역별 표현을 허용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리본을 패키지부터 앱 아이콘까지 이어지는 핵심 장치로 끌어올렸습니다.
원문 보기 — BP&O ↗
목차 5개
코카콜라는 설명이 거의 필요 없는 브랜드입니다. 빨강과 흰색, 스펜서리언 스크립트, 병의 곡선, 리본만 봐도 코카콜라를 떠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는 신호처럼 쓰일 정도로 문화적 자산도 큽니다.
이런 브랜드를 다시 손볼 때 새로움을 과시하기는 오히려 쉽습니다. 어려운 일은 이미 익숙한 신호를 망치지 않으면서, 지금의 패키지와 매장, 앱, 광고에서 더 잘 작동하게 만드는 것임. BP&O가 소개한 JKR의 작업은 대규모 리브랜드라기보다 코카콜라가 무엇으로 기억되는지 다시 정리한 리프레시에 가깝습니다.

이번 작업은 무엇을 바꿨나
코카콜라가 이전에 이 정도 규모로 아이덴티티를 손본 것은 2015년에 공개되고 2016년부터 적용된 One Brand 전략이었습니다. 당시 과제는 Coca-Cola, Diet Coke·Coca-Cola Light, Zero, Life를 Coca-Cola Red Disc 아래 묶는 일이었습니다. 제품군을 서로 다른 서브브랜드로 찾게 하기보다 색으로 구분하게 만든 프로젝트였음.
JKR의 이번 시스템은 그 이후 첫 대규모 아이덴티티 통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만든 통합 장치는 따로 없습니다. 오랫동안 코카콜라의 도구 상자 안에 있던 요소를 다시 꺼냈습니다. 바로 흰색 리본입니다.

리본을 장식에서 연결 장치로
이번 리프레시에서 리본은 배경을 꾸미는 요소가 아니라 시스템을 이어주는 표식이 됩니다. 글자를 넣을 공간이 부족한 작은 접점에서도 빨강, 흰색, 곡선의 움직임을 남길 수 있습니다. Coca-Cola, Coca-Cola Zero Sugar, 앞으로 나올 다른 제품군에도 같은 방식으로 확장 가능함.
이 변화는 앱 아이콘에서 특히 분명합니다. 전체 워드마크를 넣기에는 공간이 부족하고, 병 실루엣만 쓰면 맥락이 약합니다. 리본만 남기면 작은 사각형 안에서도 코카콜라의 색과 움직임이 살아납니다. 지금까지 덜 활용된 자산이 가장 작은 화면에서 오히려 역할을 찾은 셈입니다.
Zero Sugar 패키지에는 검은 리본과 더 커진 ‘Zero Sugar’ 글자를 적용했습니다. 예전처럼 색만으로 제품군을 나누는 대신, 리본과 타이포그래피를 함께 사용해 제품 차이를 드러냅니다. 본문 서체에는 Brody Associates가 만든 세리프 서체 Better With가 쓰였습니다.

200개가 넘는 시장에서 같은 브랜드로 읽히기
새 아이덴티티는 라틴아메리카, 유럽, 중동, 아시아를 포함한 200개가 넘는 시장에 적용됩니다. 이 규모에서는 모든 지역에 같은 이미지를 복사하는 방식이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지역 팀이 각자 만들게 두면 코카콜라라는 공통 인상이 쉽게 흩어짐.
JKR이 나눈 것은 고정할 요소와 열어둘 요소입니다. 로고, 빨강, 흰색, 리본 같은 핵심 표식은 유지합니다. 사진, 말투, 지역 캠페인과 문화적 장면은 각 시장에 맞게 움직일 수 있도록 남겨둡니다. BP&O가 표현한 대로, 하나의 정답 이미지를 배포하기보다 공통 문법에 지역별 억양을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뉴욕의 노란 택시에 리본을 붙이고 ‘iconic’이라는 짧은 문구를 얹은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코카콜라와 뉴욕 택시라는 두 개의 익숙한 상징을 한 장면으로 묶은 것임. 브랜드가 어디서나 똑같이 말하는 대신, 현지에서 이미 통하는 상징과 연결됩니다.

‘거의 안 바꾼 리브랜드’의 조건
이 작업을 보고 “바뀐 게 별로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처럼 이미 강한 브랜드에서는 그게 실패의 증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알아보는 신호를 지우지 않고, 그 신호가 더 많은 매체에서 반복해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도 리브랜드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전략은 모든 브랜드에 통하지 않습니다. 기억되는 자산이 약한 브랜드라면 기존 요소를 정리하는 것보다 먼저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야 할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우리 브랜드에 이미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로고인지, 색인지, 말투인지, 제품 경험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반복해서 떠올리는 특정 장면인지.
crit의 관점: 리브랜드의 결과는 새 로고가 아니라 선택의 범위다
JKR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리본 하나를 새로 디자인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미 있던 요소 중 어떤 것을 핵심으로 승격할지 결정하고, 그 요소가 작은 앱 아이콘부터 대형 광고까지 버틸 수 있게 만든 데 있습니다.
동시에 “일관성”을 같은 이미지의 반복으로 오해하지 않게 합니다. 200개가 넘는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모든 지역이 똑같아 보이는 화면이 아니라, 다른 장면에서도 같은 브랜드로 읽히는 최소한의 문법입니다. 그 문법 밖에서 무엇을 허용할지는 디자인 가이드보다 운영과 판단의 문제에 가까움.
남는 문제
- 코카콜라처럼 이미 강한 자산을 가진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의 리프레시 전략은 출발점부터 다름.
- 핵심 표식을 고정하고 지역 표현을 열어두는 방식이 실제 조직에서 얼마나 일관되게 운영되는지는 사례 이미지 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움.
- 리본과 타이포그래피가 제품 탐색성을 높였다는 판단은 설득력 있지만, 적용 전후의 사용자 행동이나 판매 변화까지 이 글이 보여주지는 않음.
남는 질문
- 우리 브랜드에서 리본처럼 작게 써도 정체성을 전달하는 자산은 무엇인가?
- 지역별 변주를 허용할 범위와 절대 바꾸지 않을 표식은 누가 결정하는가?
- 새로움을 줄이는 선택이 보수적인 반복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기준은 무엇인가?
- 크레딧
- 이미지 — BP&O / Coca-Cola identity refresh by J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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